호르무즈 해협 한마디에 한국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

2026-04-03📖 5 분✍️ 머니노트

아침에 장을 열자마자 한숨이 나왔습니다

오늘 시장을 보면서 증권사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2019년쯤,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났을 때 리서치센터 전체가 비상이 걸렸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당시 팀장님이 "호르무즈가 막히면 한국 경제는 일주일을 못 버텨"라고 했던 말이, 7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씁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련 발언을 쏟아냈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WTI 원유가 11% 넘게 치솟았고, 브렌트유도 8% 급등했죠. 뉴욕 증시는 '호르무즈 개방 논의'라는 키워드에 낙폭을 되돌렸지만, 정작 한국 증시는 그런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오늘의 충격

삼성전자 -7.37%, SK하이닉스 -8.99%, 현대차 -6.71%, 네이버 -7.42%. 이 정도면 개별 악재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겁니다. 장중 SK하이닉스는 81만 8천 원까지 밀렸는데, 이건 시가 대비 10% 넘게 빠진 수치예요. 제가 애널리스트 시절 이런 날이면 점심도 못 먹고 고객사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하나같이 떨리고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문제는 유가만이 아닙니다. 외환보유액이 3월 한 달 만에 40억 달러나 줄었다는 뉴스가 겹쳤어요. 달러 강세에 환율 방어까지 해야 하니 곳간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는 셈이죠. 원화 약세, 유가 상승, 외환보유액 감소—이 세 가지가 동시에 오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삼중 악재가 됩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는 뭘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정답을 모릅니다. 다만 증권사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이런 날 가장 위험한 행동은 '공포에 따라 파는 것'과 '저가 매수라며 무턱대고 사는 것' 두 가지라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이슈는 본질적으로 지정학 리스크라서, 트럼프의 다음 발언 한마디로 방향이 180도 바뀔 수 있거든요. 실제로 뉴욕 증시가 같은 날 급락에서 반등으로 돌아선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요즘 하는 건 단순합니다. 현금 비중을 평소보다 10-15%포인트 높여두고, 관심 종목의 '이 가격이면 사도 후회 없다'는 라인을 미리 정해놓는 것뿐이에요. 공포가 지배하는 장에서는 계획 없는 매매가 가장 큰 적입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유가 급등이 일시적인 쇼크로 끝날지, 구조적 상승의 시작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한국 시장은 과민하게 반응해왔고, 그 과민 반응 뒤에는 늘 되돌림이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물론 이번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역사를 무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저도 블로그에 이렇게 쓰면서, 제 계좌를 열 용기가 아직 안 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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