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하는데, 왜 안 팔까
아침에 뉴스를 훑다가 "증여 3년 만에 최대"라는 헤드라인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급하게 처분하는 대신, 자녀에게 물려주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매도하면 양도세 폭탄, 그냥 들고 있으면 종부세 부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증여'라는 세 번째 문을 선택한 겁니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시절, 부동산 자산이 큰 고객분들의 포트폴리오를 자주 봤는데요. 2021-2022년쯤 다주택 규제가 한창 강화되던 때, 한 고객분이 "차라리 아들한테 넘기겠다"고 하시길래 솔직히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증여세도 만만치 않은데 왜 굳이? 그런데 직접 계산을 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숫자로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다주택자가 매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취득가가 5억이라면 양도차익 5억에 대해 중과세율이 적용되면서 세금이 2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집을 성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공시가격 기준으로 증여세를 산정하니 실제 부담이 달라지는 거죠. 물론 증여세도 적지 않지만, 향후 해당 부동산의 가격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유리한 셈법이 나오는 경우가 꽤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매매 시장이 얼어붙어서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8000만 원 더 깎아달라"는 매수자와 줄다리기하느니 차라리 가족에게 넘기는 게 심리적으로도 편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증여가 정답은 아닙니다
제가 증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세금은 항상 양면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증여를 받은 자녀가 나중에 그 집을 팔 때, 취득가액이 증여 당시 가격으로 잡히거든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자녀가 매도할 때 양도세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갑니다. 세금을 없앤 게 아니라 시점을 옮긴 것에 가까운 셈이죠.
게다가 증여 후 10년 이내에 증여자가 사망하면 상속재산에 합산되기도 하고, 증여 후 일정 기간 내 매도 시 이월과세가 적용될 수도 있어서 타이밍과 가족 상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내 집 한 채라도 한번 생각해볼 시점
다주택자만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1주택자도 부모님께 받은 집이나 향후 상속 문제를 미리 고민해두면 나중에 훨씬 수월해집니다. 저도 작년에 부모님과 이 주제로 처음 대화를 꺼냈는데, 어색하긴 해도 결국 가족 모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길이더라고요.
오늘 시장을 보면 삼성전자가 1% 넘게 오르고 LG에너지솔루션이 3%대 상승을 보이면서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쪽은 여전히 매수·매도 간 눈치싸움이 팽팽한 모양새라, 당분간 증여 트렌드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글은 특정 절세 방법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며, 증여세와 양도세는 개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