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에 증시 급등, 진짜 안심해도 되는 걸까

2026-04-09📖 6 분✍️ 머니노트

휴전 뉴스에 손이 근질거렸던 아침

오늘 아침 뉴스를 보자마자 커피잔을 내려놓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 뉴욕증시가 2% 급등하고, 국제유가는 90달러대로 급락했다고 하니 당장 매수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더군요.

그런데 기사 한 줄을 더 읽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호르무즈 재봉쇄 우려도 제기." 이 문장이 눈에 걸린 겁니다.

증권사 시절, 비슷한 장면을 본 적 있습니다

2019년이었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터졌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증권사에서 에너지 섹터를 커버하고 있었는데, 유가가 하루 만에 15% 뛰었다가 일주일도 안 돼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때 "지정학 리스크는 매수 기회"라고 리포트를 썼다가 선배한테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선배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휴전은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잠깐 쉬는 거야. 2주 뒤에 뭐가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걸 호재로 쓰면 되겠냐."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신호들

오늘 국내 시장을 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대차가 1.6% 오르며 508,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도 2.58% 상승했습니다. 부품 조달 경로를 호르무즈 우회로 바꿨다는 현대차 뉴스와 맞물려서, 시장은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네"라고 평가한 셈이죠.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3.68%), LG에너지솔루션(-3.22%)처럼 내수·성장주 쪽은 오히려 빠졌습니다. 돈이 방어적 종목에서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전형적인 흐름이 보이는데, 이게 과연 며칠이나 갈지가 문제입니다.

2주짜리 휴전,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제가 7년간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며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지정학 이벤트에는 두 종류의 투자자가 있다는 것. 뉴스 헤드라인에 바로 반응하는 사람, 그리고 "이 뉴스가 한 달 뒤에도 유효할까"를 먼저 따져보는 사람.

5주간의 교전 끝에 나온 2주 휴전입니다. 솔직히 이건 해결이 아니라 숨 고르기에 가깝다고 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힐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때 유가가 다시 치솟으면 지금 급하게 산 주식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라면 이렇게 접근하겠습니다.

  • 휴전 기간 동안 에너지 관련주의 변동성을 관찰하며 관심 종목 리스트만 정리해둔다
  • 현대차처럼 공급망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 주목한다
  • 유가 시나리오를 두 가지(휴전 연장 vs 재교전)로 나눠서 각각의 포트폴리오 영향을 미리 시뮬레이션한다

급할수록 한 발 물러서는 연습

프리랜서가 된 뒤 가장 좋은 점은 "오늘 안에 리포트 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는 겁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이런 뉴스가 터지면 30분 안에 뷰를 잡아야 했는데, 지금은 하루쯤 두고 볼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개인 투자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관은 오늘 포지션을 잡아야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2주라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2주를 관찰 기간으로 쓰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고,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언제나 본인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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