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라는 숫자가 주는 묘한 불편함
아침에 커피를 내리면서 뉴스를 훑다가 한 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2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62%, 9개월 만에 최고치라는 기사였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1%도 안 되는, 어찌 보면 귀여운 수치입니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크레딧 리서치 주변을 기웃거렸던 저한테는 이 숫자가 영 편하게 읽히지 않더군요.
연체율이 '소수점' 게임인 이유
연체율은 원래 소수점 단위로 움직이는 지표입니다. 0.1%포인트 오르고 내리는 걸로 시장이 들썩이는데, 왜냐하면 전체 대출 잔액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입니다. 2,000조 원대 대출에서 0.1%면 산술적으로 2조 원이 추가로 부실화됐다는 뜻이니까요.
연체율은 체온계 같은 지표입니다. 36.5도에서 37.5도로 1도만 올라도 몸이 아픈 것처럼, 금융기관 연체율도 0.5%에서 0.6%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이번 수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중소법인 부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에요. 가계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데, 기업 쪽에서 먼저 균열이 보이는 패턴입니다.
제가 2019년에 놓쳤던 신호
증권사에 있을 때 한 번 크게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쯤이었는데, 당시 연체율이 살짝 오르는 걸 보고 "계절적 요인이겠지" 하고 넘어갔거든요. 그런데 몇 분기 지나서 보니 특정 업종 중소기업들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선배가 그러더군요.
"연체율 초반 움직임은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진 돌 같아. 파문이 퍼지는 건 그 다음이야."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연체율 지표가 두세 달 연속 오름세로 찍히면 괜히 노트북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게 되네요.
제 지갑에는 어떤 영향이 오느냐
솔직히 이 뉴스 하나로 당장 무언가 터지진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는 조용히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대출 금리 협상력이 약해집니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 모드에 들어가면 신규 대출, 한도 증액, 금리 우대가 까다로워져요.
- 중소기업 관련주는 체력 확인이 필수입니다. 매출채권 회수 사이클이 긴 업종은 먼저 흔들립니다.
- 현금 버퍼를 조금 두껍게. 저는 요즘 비상금 비중을 평소보다 1-2개월치 더 쌓아두고 있습니다.
오늘 코스피가 6,226에서 마감하고 삼성전자가 2.59% 올랐다고 해서 분위기가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지수는 덩치 큰 대형주가 끌고 가는데, 실물 바닥에서는 다른 속삭임이 들리거든요.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연체율 0.62%라는 건 결국 누군가의 사업체, 누군가의 월급, 누군가의 새벽잠이 담긴 숫자예요.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가장 반성했던 점이 이걸 그냥 '지표'로만 봤던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숫자를 볼 때마다 뒤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떠올리려고 합니다.
오늘 풀어쓴 이야기는 제 개인적인 해석과 경험담일 뿐이고, 투자나 대출 의사결정은 본인 상황에 맞춰 따져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 틀린 시각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