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200, 26년 만의 재회 - 화요일 아침 시장이 던진 세 가지 질문

2026-04-28📖 16 분✍️ 머니노트

화요일 아침 6시, 신문보다 호가창을 먼저 켰습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노트북부터 열었습니다. 어제 마감 화면이 그대로 떠 있더군요. 코스피 6,615.03. 빨간 숫자 위에 +139.40, +2.15%가 박혀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종이 신문을 먼저 펼치는데, 어제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시가총액 6,047조 936억 원. 6,000조라는 숫자를 처음 본 게 어제 오후입니다. 그게 화요일 아침에도 똑같이 빨간색이라는 게 어쩐지 비현실적이었어요.

증권사 뉴스데스크에서 시황 보조 자료를 짜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코스피 2,000을 넘기는 게 큰 사건이었거든요. 지금은 6,600선이 살짝 휘청이는 게 사건이 됩니다. 7년 사이에 시장의 단위가 통째로 바뀐 셈이에요.

오늘 글은 어제 자축 분위기는 다 거두고, 화요일 아침에 제가 직접 던진 세 가지 질문을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어제 마감, 숫자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굵은 숫자부터 박아둘게요.

코스피는 6,615.03으로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 대비 +139.40포인트, 상승률 +2.15%. 사상 처음으로 6,600선을 넘겼습니다.

코스닥은 1,200선을 다시 밟았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1,200을 본 게 2000년 4월 28일 이후 정확히 26년 만이에요. 우연히도 오늘이 그 4월 28일입니다. 달력 한 칸이 26년을 건너뛴 셈이지요.

대장주는 다시 반도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222,000원, +1.14%. SK하이닉스는 1,281,000원, +4.83%. 단 4거래일 만에 또 장중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합계 시가총액은 6,047조 원. 1년 전 같은 시점이 2,210조 원이었으니, 정확히 2.7배입니다.

외국인은 4월 셋째 주까지 코스피에서 3.2조 원, 코스닥에서 4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요.

참고로 시총이 단계별로 어떤 속도로 부풀었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25년 7월 3,000조, 2026년 1월 4,000조, 2월 5,000조, 그리고 4월 6,000조. 1조 단위가 깨지는 간격이 갈수록 짧아졌습니다. 단순한 상승이 아니라 가속이 붙은 모양새예요. 이 가속이 좋은 신호인지 아닌지는, 잠시 후 환율과 금리 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2000년 4월 28일, 그때 저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대학생이었습니다

비슷한 숫자가 26년 전에도 있었다고 하면, 머리가 좀 어지러우실 거예요. 저도 어제 그 보도자료를 보고 한참 멍했습니다.

2000년 4월 28일. 그날 저는 대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다만 오빠가 IT 벤처에 다니고 있어서, 식탁에서 코스닥 얘기가 매일 나왔어요.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 그 무렵 코스닥은 1,200을 찍자마자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회사는 그 해 가을에 정리됐어요. 식탁 대화의 톤이 한 번에 식어버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코스닥 1,200이라는 숫자를 보면, 저는 자동으로 그날 식탁이 떠오릅니다. 시장은 같은 숫자라도, 그 위에 어떤 기업과 어떤 가족이 올라타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같은 1,200, 다른 코스닥 - 결정적 차이 세 가지

26년 전과 지금이 진짜로 다른가? 어제 저녁부터 노트에 적어 본 차이를 세 가지만 추려 봤어요.

첫째, 이익의 두께가 다릅니다. 2000년 코스닥 상위 종목 다수가 적자 상태에서 PER 100배에 팔렸습니다. 지금 시가총액 상위 코스닥 종목은 대부분 영업이익이 또렷하게 잡힙니다. 같은 1,200이라도, 그 밑에 깔린 이익의 무게가 다릅니다.

둘째, 자본시장 인프라가 다릅니다. 그 시절엔 결제 시스템도 공시 체계도 부실했습니다. 작전 세력이 호가창을 휘두르는 일이 흔했어요. 지금은 한국거래소 감리도, 금융감독원 적출도 비교 자체가 안 될 만큼 촘촘해졌습니다.

셋째, 글로벌 자금의 비중이 다릅니다. 26년 전 코스닥은 거의 내수 시장이었어요. 지금은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만 4월 셋째 주까지 4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AI 반도체와 헬스케어 대형주를 통해 해외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세 가지를 보면, 같은 1,200이라는 숫자에 같은 무게를 두는 건 어쩌면 게으른 비교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진짜로 담고 있는 종목들

여기서 솔직히 한 번 묻고 싶어요. "외국인이 사니까 안전하다"는 말, 정말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저는 절반만 믿습니다. 누가 사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사는지가 중요하니까요.

4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익숙한 대형주 중심이에요. 다만 한 가지 결이 다른 건, 코스닥에서 헬스케어와 바이오 중심으로 4천억 원이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반도체 추격 매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흐름이 같이 보였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어제 +4.83%로 또 장중 신고가를 쓴 건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HBM4 양산 수율 85% 달성이 발표된 뒤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받아낸 흐름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가격이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분기 실적 추정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시총 6,000조의 무게 - 환율과 금리의 그림자

신고가 옆에 같이 깜빡이는 노란불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환율이에요. 원달러는 어제도 1,480원 부근. 4월 8일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 직후 1,472.7원까지 빠졌다가 다시 슬그머니 올라왔습니다. 시총 6,000조라는 숫자에 외국인 자금이 깔려 있는데, 그 자금이 환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다음 변곡점을 좌우합니다.

또 하나는 금리예요. 한국은행은 4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또 동결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중동 사태가 안정되면 환율이 빠르게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죠. 뒤집어 읽으면, 사태가 길어지면 금리 인하 시점도 그만큼 밀린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인하 시나리오가 한 분기 늦춰질 수도 있어요. 저는 진지하게 점검 중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외의 포인트가 있어요. 보통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 시중 금리가 슬그머니 오르거나, 적어도 채권 시장이 먼저 긴장합니다. 그런데 어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채권쟁이들이 이 랠리를 "자산 가격만의 잔치"로 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주식 시장의 환호와 채권 시장의 침묵이 어긋날 때, 저는 항상 채권 쪽 손을 한 번 더 들어줬습니다.

신고가에서 들어가도 될까 - 점검할 네 가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는 어제 자축 분위기를 보고 "지금이라도 따라 들어가야 하나" 싶은 분도 있을 거예요. 후배가 어젯밤 11시에 카톡으로 똑같이 물었거든요. "누나, 지금 들어가도 안 늦어요?"

답을 대신해서, 제가 매번 같은 자리에서 점검하는 네 가지 항목을 정리해 둘게요.

첫째, 본인 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지. 둘째, 신용·미수 빚으로 들어간 비중이 0인지. 셋째, 매수하려는 종목의 다음 분기 실적 추정치 추세가 우상향인지. 넷째, 기간 분할 매수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지.

네 가지가 모두 OK라면, 신고가라는 사실 하나로 매수를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단, 한 번에 다 사지 마세요. 저라면 이번 주에 1/3, 6월 1주에 1/3, 7월 첫 실적 시즌에 1/3로 나눕니다.

어제 고점에 잡힌 분께 - 손절 vs 보유, 세 가지 기준

저는 어제 SK하이닉스를 1,290,000원 부근에서 시장가로 잡은 후배 한 명을 알고 있습니다. 5주, 약 645만 원어치예요. 종가 1,281,000원 기준 단순 평가로는 4만 5천 원 정도 평가손이 났습니다. 절대 금액은 작지만, 신고가에 잡혔다는 심리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요.

이런 경우 저는 항상 세 가지를 묻습니다. 첫째, 매수가 본인의 투자 기간(예: 12개월) 내 목표가에서 몇 퍼센트 떨어진 자리인지. 둘째, 이 종목이 본인 포트 전체에서 5% 이상을 차지하는지. 셋째, 본인이 지금 장중 화면을 30분 이상 들여다보고 있다면 그건 비중 과다 신호인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빨간불이면, 저는 손절보다 비중 조절을 먼저 권합니다. 손절은 종목 판단이 틀렸을 때 쓰는 도구지, 시장 타이밍을 잘못 잡았을 때 쓰는 도구가 아니거든요.

7년 동안 고객 상담을 하면서 가장 자주 본 실수가 이거였어요. 가격이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펀더멘털이 멀쩡한 종목을 던지는 것. 반대 실수도 있죠. 펀더멘털이 깨졌는데 가격이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 후자가 훨씬 더 무섭습니다.

후배에게는 이렇게 답을 보냈어요. "5주는 그냥 두되, 다음 매수는 6월 실적 발표 전후로 미루자. 그리고 이번 달은 종목 화면 들여다보는 시간을 하루 30분 이하로 묶어라." 신고가 시장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수수료가 아니라, 화면 앞에서 흘려보내는 본인의 멘탈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한 잔의 커피와, 시장을 보는 거리감

다 쓰고 시계를 보니 7시 40분입니다. 둘째를 깨워야 할 시간이에요.

26년 전 4월 28일에는 코스닥 1,200을 보고 가족 모두가 들떴고, 그 들뜸이 가을의 충격으로 이어졌습니다. 26년 후 같은 날, 저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지 않으려 합니다. 시장이 좋을수록, 보유 비중과 현금 비중을 다시 적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어요.

오늘 종가가 어떻게 찍히든, 저는 매수 버튼을 한 박자 늦추고 가계부를 한 번 더 펼쳐볼 생각입니다. 결국 시장은 매일 새로 열리니까요.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 잊지 말아주세요. 같이 천천히, 오래 시장에 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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