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자금 빌려준 아버지,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증권사에 다니던 3년차 때 일입니다. 같은 팀 선배가 점심시간에 멘붕 상태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전세 자금으로 보내준 5,000만 원 때문에 세무서에서 소명 요청이 나온 거였습니다. "가족끼리 돈 보내는 것도 세금을 내야 해?"라며 황당해하던 선배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저도 그때까지 증여세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벌가나 부유층 얘기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부모님이 자녀 계좌로 돈을 보내는 순간 법적으로는 '증여'에 해당하고, 일정 금액을 넘기면 세금 신고 의무가 생깁니다.
증여세 비과세 한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핵심부터 말하면, 가족 간 증여에는 비과세 한도가 있습니다. 이 한도 안에서는 세금이 0원이에요.
- 부모 → 성인 자녀: 10년간 5,000만 원
- 부모 → 미성년 자녀: 10년간 2,000만 원
- 배우자 간: 10년간 6억 원
- 형제·친척 등 기타 친족: 10년간 1,000만 원
여기서 중요한 건 **'10년간 합산'**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3,000만 원 받고, 3년 뒤에 또 3,000만 원 받으면 합산 6,000만 원이니까 초과분 1,000만 원에 대해 증여세가 붙는 구조입니다. 한 번에 큰 돈이 오가지 않더라도 누적으로 한도를 넘길 수 있다는 뜻이죠.
세무서는 어떻게 알까?
"현금으로 주면 모르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꽤 있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한때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국세청은 생각보다 똑똑합니다.
계좌 이체 기록은 당연히 추적 가능하고, 부동산을 살 때나 고가의 자산을 취득할 때 자금 출처 조사가 나옵니다. 연 소득이 3,000만 원인 20대가 갑자기 3억짜리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으면, 세무서에서 "이 돈 어디서 났나요?"라고 물어보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앞서 말한 선배도 바로 이 케이스였습니다. 전세 계약 후 자금 출처 소명 요청을 받았고, 결국 한도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증여세율, 얼마나 나올까?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 세율이 적용됩니다.
- 1억 원 이하: 10%
- 1억 초과 - 5억 원 이하: 20%
- 5억 초과 - 10억 원 이하: 30%
예를 들어 부모님이 성인 자녀에게 1억 원을 증여했다면, 비과세 5,000만 원을 빼고 남은 5,000만 원의 10%인 500만 원이 증여세가 됩니다.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금액인데,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방법 세 가지
첫째, 비과세 한도를 일찍 쓰기 시작하세요. 10년 단위로 리셋되기 때문에,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을 증여하고, 10년 뒤 다시 2,000만 원, 성인이 되면 5,000만 원을 증여하면 세금 없이 꽤 큰 금액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사전 증여' 전략이죠.
둘째, 증여세 신고를 자진해서 하세요. 비과세 한도 안이라도 신고하면 나중에 자금 출처 소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게다가 자진 신고 시 산출 세액의 3% 공제 혜택도 있어서, 한도를 초과하는 증여라면 신고하는 게 무조건 이득입니다.
셋째, 차용증을 활용한 가족 간 대여를 검토하세요. 진짜 '빌리는' 거라면 증여가 아닙니다. 다만 이자를 지급하고, 실제 상환 기록이 있어야 세무서가 인정합니다. 가족 간 적정 이자율은 연 4.6%(2026년 기준)이고, 연 이자가 1,000만 원 이하면 무이자 대여도 가능하니 약 2억 1,700만 원까지는 이자 없이 빌리는 형태로 처리할 수 있는 셈이죠.
가족의 마음에도 세금이 붙는 세상에서
증여세는 피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 알고 나면 대응할 수 있는 세금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물려주지 뭐"라고 미루다가 상속세로 더 큰 부담을 지는 경우도 많으니, 가족 간 자산 이전은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게 7년간 금융업에 있으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저도 조카가 태어났을 때 형에게 "지금부터 증여 계획 세워"라고 잔소리했더니, "너 아직도 애널리스트 버릇 못 버렸다"는 핀잔을 들었지만요.
이 글은 일반적인 세금 상식을 안내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세무 판단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무사와 상담하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