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도 시장을 못 이긴다고요?

2026-04-11📖 7 분✍️ 머니노트

증권사 퇴사 후 제일 먼저 한 일

퇴사하고 가장 먼저 한 게 뭐냐고요? 액티브 펀드 해지였습니다. 7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리포트를 수백 건 썼고, 그 리포트를 바탕으로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골랐는데, 결국 제 퇴직금은 인덱스 펀드에 넣게 됐으니까요. 아이러니하죠?

오늘은 '액티브 펀드 vs 인덱스 펀드'라는 주제를 꺼내보려 합니다. 주말에 커피 한 잔 놓고 읽기 딱 좋은 이야기예요.

인덱스 펀드, 왜 이렇게 뜨는 걸까

인덱스 펀드는 코스피200이나 S&P500 같은 시장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고르지 않아요. 그냥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비율대로 사서 담아둘 뿐이죠.

반면 액티브 펀드는 운용역이 직접 "이 종목이 오를 것 같다"고 판단해서 골라 담는 방식입니다. 제가 증권사에서 했던 일이 바로 그 판단의 근거를 만드는 거였고요.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수수료입니다.

  • 인덱스 펀드(ETF 포함): 연 0.05-0.3% 수준
  • 액티브 펀드: 연 1.0-2.0% 수준

"고작 1% 차이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게 10년, 20년 쌓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됩니다. 1억 원을 연 7% 수익률로 20년 굴린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0.2%일 때 최종 금액은 약 3억 6천만 원이지만, 수수료 1.5%일 때는 약 2억 9천만 원 정도로 줄어듭니다. 같은 수익률인데 수수료만으로 7천만 원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에요.

그래서 액티브가 수수료만큼 더 벌어주나요?

이게 핵심인데,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서 매년 발표하는 SPIVA 보고서를 보면, 15년 기준으로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약 90%가 S&P500 지수를 이기지 못했어요.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중 5년 이상 꾸준히 벤치마크를 초과 달성한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증권사에서 일할 때 이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저희 팀에서 자신 있게 추천한 종목이 반년 뒤에 반토막 난 적도 있었고, 반대로 아무도 안 봤던 종목이 갑자기 두 배로 뛴 적도 있었어요. 회의실에서 "이건 확실하다"고 말했던 선배의 얼굴이 한 달 뒤에 사색이 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시장을 꾸준히 이기는 건, 제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액티브가 쓸모없다는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모든 액티브 펀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정 섹터나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중에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경우도 분명 존재해요. 문제는 그런 펀드를 사전에 골라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과거 3년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가 다음 3년에도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거든요. 증권사 다닐 때 "작년 수익률 1위 펀드"를 추천받고 가입한 고객이 이듬해에 항의 전화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걸 봤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1. 먼저 인덱스 펀드(ETF)로 시작하세요. 코스피200 추종 ETF나 S&P500 추종 ETF가 대표적입니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사는 적립식이면 타이밍 걱정도 덜 수 있죠.

  2. 수수료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운용사마다 수수료가 다릅니다. 총보수(TER)가 0.1% 이하인 상품을 우선 검토해볼 만합니다.

  3. 액티브 펀드에 관심이 있다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만 배분하세요. 핵심 자산은 인덱스로 깔고, 위성 자산으로 액티브를 소량 담는 "코어-위성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에요.

결국 겸손해지는 것이 투자의 시작

7년간 시장을 분석하면서 제가 배운 건, 시장은 누구의 예측보다 변덕스럽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투자의 80%는 인덱스 ETF에 들어 있고, 나머지 20%만 제가 직접 공부한 개별 종목에 넣고 있어요.

거창한 전략보다 낮은 수수료, 꾸준한 적립, 긴 시간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훨씬 강력하다는 걸 증권사를 떠나고 나서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네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담은 것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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