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3원에서 1,505원까지, 일주일이 참 길었습니다
증권사에서 외환 파트 옆자리에 앉아 일하던 시절, 달러-원이 하루에 10원만 움직여도 딜링룸이 술렁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5일 사이에 고가 1,523원, 저가 1,497원이면 거의 26원짜리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죠. 오늘 오후 2시 기준 1,505.28원, 전일 대비 0.26% 하락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0.26%가 뭐 대수야" 싶을 수 있는데, 1만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만에 약 4만 원 차이가 생긴 겁니다. 지난주 고점에서 환전한 분과 오늘 환전한 분의 차이는 18만 원 가까이 벌어지고요. 환율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퍼센트는 작아 보여도 금액으로 바꾸면 꽤 체감되는 숫자가 됩니다.
엔화는 바닥을 기고, 파운드만 혼자 올랐다
오늘 환율판에서 눈에 띄는 건 파운드-원입니다. 다른 통화가 전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인 와중에, 파운드만 유일하게 0.14% 올라 1,992.86원을 기록했거든요. 2,000원 턱밑까지 다시 올라온 겁니다. 영국 쪽 금리 동결 기대감이 파운드를 받쳐주고 있다는 해석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유럽 전반의 자금 흐름이 달러에서 파운드로 일부 옮겨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엔-원은 100엔당 9.43원으로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본 여행 계획이 있는 분들한테는 나쁘지 않은 시기이긴 한데, 솔직히 9원대 초반이 "싸다"고 말하기엔 예전 11-12원대를 기억하는 세대로서 좀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엔화 약세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은 이미 시장 컨센서스가 됐고, 단기간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지금 환전하면 되는 건가요
제가 증권사 다닐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겁니다. "지금 사도 돼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같은 대답을 드리자면, 환율 저점을 정확히 맞추는 건 프로도 못 합니다. 저도 2019년에 1,160원대에서 "더 내려간다"고 버티다가 1,200원 넘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환전한 적이 있으니까요.
다만 몇 가지 체크포인트는 있습니다.
- 여행 목적 환전이라면 지금 1,500원 초반은 지난주 대비 확실히 나은 구간입니다. 전액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2-3회에 나눠서 분할 환전하는 게 마음 편한 방법이고요.
- 해외 주식 투자자라면 환율 하락은 달러 매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주가와 환율을 동시에 맞추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둘 다 맞추는 건 로또 두 번 당첨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거든요.
- 해외직구를 노리고 있다면 달러 기준 결제는 며칠 전보다 유리해졌지만, 유로화 결제 상품은 1,737원대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기준선
환율 뉴스를 매일 확인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기준 환율을 정해두는 겁니다. "1,480원 이하면 여행 경비 환전한다", "1,520원 이상이면 달러 매수를 쉰다" 같은 식으로요.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매일 환율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제 환전 규칙은 아주 단순합니다. 한 달 평균 환율보다 1% 이상 낮으면 조금씩 사는 거죠. 화려하지 않지만, 이 방법으로 지난 3년간 크게 손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 환율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드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이고, 투자나 환전의 판단은 본인의 상황과 목적에 맞게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환율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 아니라 계획 싸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