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가계부 앱을 처음부터 다시 봤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빨래를 돌려놓고 커피를 한 잔 내리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한 달에 도대체 얼마를 새고 있는 거지?"
증권사에서 7년을 일했던 사람이 자기 가계부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건, 사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종목 시가총액은 외우면서 정작 내 통장 고정비는 엉성하게 알고 있었거든요.
그날 오후 한 시간을 통째로 비워서, 가계부 앱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도 대지 않은 채 매달 빠져나가던 19만 원을 잘라냈습니다. 1년이면 228만 원, 7년이면 약 2,000만 원에 가깝습니다(연 5% 복리 + 세액공제 환급 가정).
오늘은 그 한 시간 동안 제가 한 일을 단계별로 풀어보려 합니다. 가계부 앱이 없어도 따라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1단계: 통신비 - 알뜰폰 한 통화로 4만 7천 원 절감
가장 먼저 손댄 항목은 통신비였습니다.
저는 5년째 같은 통신사 5G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습니다. 매달 7만 9천 원. 처음에는 데이터가 부족할까 봐 가입했는데, 지난 6개월간 한 달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보니 27GB였습니다. 무제한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스마트폰 설정 → 데이터 사용량 → 최근 6개월. 이 메뉴 하나만 켜면 누구나 자기 평균을 볼 수 있습니다.
알뜰폰 비교 사이트(스마트초이스)에서 30GB 요금제를 검색하니 월 3만 2천 원짜리가 보였습니다. 같은 통신망, 같은 5G, 같은 통화 무제한. 차이는 단 하나, 통신사 멤버십의 영화 할인이 빠진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솔직히 영화관도 두 달에 한 번 갈까 말까였습니다.
그날 저녁에 해지 신청을 했고, 셀프 개통은 평일에 다시 했습니다. 번호 이동 절차도 30분이면 끝났습니다. 절감액은 매달 4만 7천 원. 1년이면 56만 4천 원입니다.
혹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금 한 가지만 확인해보세요. 최근 6개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30GB 이하라면, 알뜰폰으로 안 갈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2단계: 구독 서비스 - 잊고 있던 다섯 개를 한 번에 정리
두 번째로 본 항목은 구독료였습니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니, 한 달에 정기 결제로 빠져나가는 항목이 11개였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1, 영상 스트리밍 3, 전자책 1, 클라우드 2, 앱 구독 4. 합치면 8만 4천 원.
여기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들어가서 쓴 게 무엇이냐."
답은 6개였습니다. 나머지 5개는 가입 직후 한두 번 써보고 그냥 잊은 채로 결제만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매달 6만 7천 원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여기서 작은 반전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상 스트리밍 3개 중 2개는 부모님과 동생도 따로 가입해 결제하고 있었더군요. 가족이 함께 쓰면 한 계정만 있어도 되는데, 모두 각자 결제 중이었습니다. 가족 단톡에 올렸더니 "그럼 내가 내 거 빼고 너 꺼 같이 쓸게"라는 답이 5분 만에 돌아왔습니다.
5개 해지 후 절감액은 월 6만 7천 원, 1년이면 80만 4천 원입니다. 한 시간이 아니라 정확히 32분 만에 끝낸 작업이었습니다.
3단계: 자동이체 - 잠자고 있던 청구를 깨워 보냈습니다
세 번째 항목은 자동이체였습니다.
은행 앱에서 자동이체 목록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습니다. 총 32건. 이 중에서 "어 이게 아직 빠져나가고 있었어?"라고 놀란 게 4건이었습니다.
3년 전에 가입했다가 안 쓰고 있던 영어 회화 앱, 작년에 한 번 쓰고 잊어버린 사진 클라우드 백업, 누군가 추천해서 가입했지만 두 번도 안 들어간 투자 정보 사이트, 그리고 결제 알림이 번호 변경 이후 오지 않던 멤버십.
네 건의 합은 월 5만 8천 원. 가장 비싼 건 투자 정보 사이트로 월 2만 9천 원이었고, 가장 싼 건 클라우드 200GB로 월 3,300원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들어가서 해지하는 데 약 25분이 걸렸습니다.
작은 팁 하나 드리자면, 은행 앱 대부분에 '6개월 미사용 자동이체 보기' 같은 메뉴가 숨어 있습니다. 이 메뉴부터 열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4단계: 보험 - 중복 보장을 잘라낸 1만 8천 원
네 번째 항목은 보험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보험은 한 번 들면 손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서요.
증권 분석할 때 자주 쓰던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모든 보험증권을 엑셀에 넣고, 보장 항목별로 가로축을 만들었습니다. 입원일당, 수술비, 진단비, 실손, 사망, 운전자, 치아…
세로축은 가입한 보험 5개. 칸을 채워가는데 두 군데에서 같은 보장이 중복돼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종합보험에 이미 들어 있는 수술비를 따로 가입한 단독 수술비 보험으로 또 내고 있었던 거죠.
설계사에게 전화해서 단독 수술비를 해지했습니다. 월 1만 8천 원. 보장이 줄어드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중복 보장은 어차피 한쪽만 지급되니까요.
여러분도 보험증권을 한 번에 펼쳐놓고 가로세로 표를 만들어보세요. 의외로 같은 보장을 두 번 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변 지인 7명에게 같은 점검을 권했더니, 그중 4명이 월평균 1만 4천 원의 중복 보험료를 발견했습니다.
19만 원이 1년 뒤에는 얼마가 되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네 단계를 모두 끝낸 시점이 일요일 오후 5시 12분. 시작한 지 정확히 1시간 12분이었습니다.
월 절감액을 합치면 19만 원입니다. 정확히는 4.7만 + 6.7만 + 5.8만 + 1.8만 = 19만 원.
여기서 끝나면 평범한 절약 글이 됩니다. 이 돈을 그냥 쓰지 않고 연금저축 계좌에 자동이체로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월 19만 원, 연 228만 원, 세액공제 13.2%(연소득 5,500만 원 이하 가정) 환급액은 약 30만 1천 원입니다. 7년간 누적 투자 원금은 1,596만 원, 연 5% 복리로 굴리면 약 1,948만 원이 되고, 세액공제 환급분까지 더하면 약 2,158만 원입니다.
한 시간 12분짜리 작업의 7년 후 가치가 2,000만 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계산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마음 무거워질 정도라서요.
처음 시작하는 분을 위한 30분 미니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한 시간이 부담스러운 분을 위한 30분 단축 버전을 정리합니다.
처음 5분은 통신사 앱에서 최근 6개월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평균이 30GB 이하라면 알뜰폰 비교 사이트에서 같은 망 요금제를 검색해 보세요.
다음 10분은 신용카드 명세서입니다. 정기 결제 항목을 모두 찾아 종이에 적고, 지난달 단 한 번도 안 쓴 서비스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해지합니다.
다음 10분은 은행 앱의 자동이체 목록입니다. 각 항목 옆에 "이게 뭐였더라"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건 일단 표시해 두고, 그 자리에서 해지하거나 통화로 확인합니다.
마지막 5분은 보험증권 한 줄 요약입니다. 종합보험 한 개와 단독 보험들을 펼쳐놓고, 수술비·진단비·실손 보장이 중복인 곳이 있는지만 빠르게 살펴보세요.
이 정도만 해도 평균 월 8만 원에서 12만 원은 줄어듭니다. 제 주변에서 이 체크리스트로 한 시간을 들인 분들 7명을 추적해본 결과, 평균 절감액은 월 11만 4천 원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30분만 내보세요. 다음 달 카드 명세서가 도착했을 때, 분명히 한두 줄은 짧아져 있을 겁니다.
본 글은 개인의 가계 점검 경험과 일반적인 절약 노하우를 공유한 것이며, 보험·통신·구독 상품의 해지 조건과 위약금은 가입 시점과 약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 가입과 해지는 본인의 재정 상황과 약관을 충분히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