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발 폭풍, 코스피 5,000선이 흔들린 한 주

2026-04-03📖 10 분✍️ 머니노트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숨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번 주는 블로그를 쓰기 위해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정리하지 않으면 제 머릿속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지난주 코스피 5,781에서 출발한 시장이 목요일 장중 5,042까지 찍었으니, 불과 며칠 만에 700포인트 넘게 빠진 셈이에요. 증권사 7년 다니면서도 일주일에 이 정도 낙폭을 겪은 건 코로나 초기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주 리뷰에서 "반도체 반등 여부"와 "중동 사태 진전"을 다음 주 관전 포인트로 꼽았는데, 두 가지 모두 최악의 방향으로 답이 나왔습니다. 이럴 때마다 시장 전망이란 게 얼마나 허무한지 새삼 느끼게 되죠.

호르무즈 한마디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다

이번 주의 핵심은 단연 호르무즈 해협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 없이도 2-3주 안에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대국민연설에서 호르무즈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유가가 폭발했어요. WTI가 하루 만에 11% 넘게 치솟고, 브렌트유도 8% 급등했습니다.

2019년 사우디 드론 공격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당시 저는 에너지 섹터 리포트를 막 마감한 직후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유가가 15% 뛰면서 리포트가 휴지 조각이 됐거든요. 그때 팀장님이 했던 말—"호르무즈가 막히면 한국 경제는 일주일을 못 버텨"—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씁쓸합니다.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거기에 호르무즈 리스크까지 겹치니 에너지 비용 상승 압력이 이중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유럽은 올랐는데, 왜 우리만 이러나

이번 주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나타난 극단적 디커플링입니다. S&P500이 +0.72%, 나스닥 +1.16%, 유로스톡스50은 무려 +2.93%나 뛰었는데, 같은 날 코스피는 -4.14%, 코스닥은 -4.83%를 찍었으니까요. 한쪽은 파티이고 한쪽은 장례식 분위기였던 셈입니다.

증권사에서 글로벌 마켓을 담당할 때 이런 디커플링이 나오면 제일 먼저 외국인 수급부터 확인했습니다. 한번은 아시아만 급락하는 날에 상사한테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라고 보고했다가, "그건 결과지 원인이 아니잖아"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어요. 맞는 말이었죠. 미국과 유럽이 오르는데 한국과 일본이 빠진다는 건,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입니다. 환율 부담, 에너지 수입 의존도, 지정학적 인접성—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한국이 유독 할인받는 처지가 된 거예요.

외환보유액이 3월 한 달 만에 40억 달러 줄었다는 뉴스도 무거웠습니다. 달러 강세 속에 환율 방어까지 해야 하니 곳간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는 느낌이라, 원화 약세-유가 상승-외환보유액 감소라는 삼중 악재가 동시에 한국을 압박하는 형국이죠.

대장주 동반 급락, 이건 업종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7.37%, SK하이닉스 -8.99%, 현대차 -6.71%, 네이버 -7.42%. 이 정도면 개별 종목 악재가 아니라 시장 자체의 패닉입니다. 지난주에 이미 SK하이닉스 -6.85%, 삼성전자 -5.72%로 무너졌던 반도체가 이번 주에 추가 급락하면서, AI 수요 기대감으로 쌓아올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해 버렸습니다.

장중 SK하이닉스가 81만 8천 원까지 밀리는 걸 보면서, 제가 애널리스트 시절 이런 날이면 점심도 못 먹고 고객사 전화를 받던 기억이 났습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하나같이 떨리고 있었거든요. 코스닥 낙폭이 코스피보다 큰 건 중소형주 심리가 더 크게 위축됐다는 뜻이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은 훨씬 아팠을 겁니다.

다음 주,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세 가지

  1. 호르무즈 후속 전개 — 트럼프의 다음 발언 한마디로 방향이 180도 바뀔 수 있는 이슈입니다. 뉴욕 증시가 같은 날 급락에서 반등으로 돌아선 것도 '호르무즈 개방 논의'라는 키워드 하나 때문이었으니, 주말 사이 중동 관련 뉴스를 꼼꼼히 챙길 생각이에요.
  2. 코스피 5,000선 지지 여부 — 장중 5,042까지 찍은 만큼, 심리적 지지선인 5,000이 깨지느냐 아니냐가 다음 주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겁니다.
  3. 환율과 외국인 수급 방향 —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지면 원화 약세 압력도 함께 올라갑니다. 외국인이 계속 빠져나가는지, 아니면 낙폭과대 인식에 저가 매수로 돌아서는지가 핵심이에요.

폭풍 한가운데서 가장 위험한 건 충동입니다

이번 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호르무즈발 지정학 리스크가 한국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을 한꺼번에 드러낸 한 주"였습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반도체 쏠림, 외국인 자금 이탈—평소에는 수면 아래 있던 약점들이 유가 폭등이라는 방아쇠 하나에 전부 터져 나온 느낌이에요.

퇴사 후 제 돈을 직접 굴리면서 절실하게 느낀 게 있는데, 한국 주식에만 올인하면 이런 주에 멘탈이 진짜 안 버팁니다. 옆 나라는 올라가는데 내 계좌만 빨간불이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이 못 견디거든요. 저는 지금 현금 비중을 평소보다 15%포인트 정도 높여둔 상태이고, 관심 종목마다 '이 가격이면 사도 후회 없다'는 라인을 미리 정해놓고 있습니다. 공포가 지배하는 장에서는 계획 없는 매매가 가장 큰 적이니까요.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고, 호르무즈 이슈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경험상 지정학 리스크는 공포가 최고조일 때 가격도 바닥에 가깝고, 실제 공급 차질이 제한적이면 빠르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만 덧붙여 둡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 상황에 맞게 내리시되,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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