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42에서 5,767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서 드는 생각

2026-04-10📖 10 분✍️ 머니노트

지난주 금요일, 키보드를 치던 손이 떨렸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지난주 주간 리뷰를 쓸 때 저는 꽤 겁을 먹고 있었어요. 코스피가 장중 5,042까지 찍고, 삼성전자 -7.37%, SK하이닉스 -8.99%라는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던 날이었으니까요. "호르무즈발 폭풍"이라고 제목을 붙이면서도, 다음 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됐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인 수요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4.96% 뛰었습니다. 코스닥도 3.37% 올랐고, 니케이225는 4.52% 급등했어요. 증권사 7년 동안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폭락과 폭등을 연속으로 맞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직후 반등 때가 비슷했는데, 그때도 이렇게까지 극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주는 감정의 진폭이 컸습니다.

휴전 한 줄에 시장 전체가 뒤집어졌습니다

이번 주의 방아쇠는 단연 미·이란 2주 휴전 합의였습니다. 5주간의 교전 끝에 나온 이 소식에 뉴욕증시가 2% 넘게 뛰었고, 국제유가는 9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안도 랠리가 쏟아졌죠.

수요일 아침, 모니터를 켜자마자 주요 종목이 전부 파란불이길래 눈을 의심했어요. 현대차 +1.6%, SK하이닉스 +2.58%. 불과 일주일 전에 현대차가 -6.71%, SK하이닉스가 -8.99%를 찍었던 걸 떠올리면, 시장의 변심이 이렇게까지 빠른가 싶어 허탈한 웃음이 나오더군요.

증권사에서 에너지 섹터를 커버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2019년 사우디 드론 공격 때 유가가 하루 만에 15% 치솟았다가, 일주일도 안 돼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거든요. 그때 "지정학 리스크는 매수 기회"라는 리포트를 썼다가 선배한테 호되게 혼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걸 보니 시장은 정말 기억력이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 가지 달랐던 건, 이번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는 점입니다. 코스피 +4.96%, 니케이 +4.52%로 아시아가 축제 분위기인 동안, 유로스톡스50은 오히려 -1.05%를 기록했어요. 같은 호재에도 유럽은 자체 경기 둔화라는 무게에 눌려 반응하지 못한 거죠. 지난주에 미국·유럽만 오르고 한국이 혼자 빠졌던 디커플링의 정반대 현상이, 이번에는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작동한 셈입니다.

반등의 이면에서 조용히 빠진 것들

급등 분위기에 묻혀버렸지만, 저는 이번 주 하락 종목들이 오히려 더 신경 쓰였습니다. 휴전 랠리가 터진 바로 그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68%, LG에너지솔루션이 -3.22%를 기록했거든요.

이건 전형적인 자금 이동의 신호입니다.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면 방어적 성격의 내수·성장주에서 경기민감 수출주로 돈이 갈아타는 패턴이 나타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거죠. 월요일에 삼성전자 +3.2%와 함께 카카오 -1%, 네이버 -0.35%가 동시에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고요.

증권사 시절 선배가 "시장이 뭘 사는지보다 뭘 파는지를 봐라"고 했는데, 이번 주는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장이었습니다. 수출 대형주로 돈이 몰리는 건 좋은데, 이게 과연 추세적인 전환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안도감의 표현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식품주의 조용한 비명도 귀에 남습니다

시장 전체가 등락에 정신없는 사이, 금요일에 식품 섹터 쪽 소식이 하나 걸렸습니다. 주요 식품사 원가율이 74.2%까지 치솟았다는 뉴스인데,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올해 75%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어요.

편의점에서 컵라면 가격이 1,800원으로 올라 있는 걸 보고 "아, 이게 저기서 오는 거구나" 하고 연결이 되더군요.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이탈, 안 올리면 마진 압축. 이 딜레마가 식품주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겁니다. 호르무즈나 휴전 같은 대형 이벤트에 가려져 있지만, 소비재 인플레이션은 실물 경제에 더 가까운 문제라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라고 봅니다.

다음 주, 저는 이 두 가지를 지켜봅니다

첫째, 휴전 이후 2주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입니다. 이건 해결이 아니라 숨 고르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호르무즈 재봉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2주 뒤에 협상이 결렬되면 이번 주 반등분을 고스란히 반납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리뷰에서 "호르무즈 후속 전개"를 첫 번째 관전 포인트로 꼽았는데, 다음 주에도 이건 빠질 수가 없네요.

둘째, 오늘 밤 미국 시장의 반응입니다. 아시아가 이렇게 강하게 뛴 날, 미국장이 화답해주느냐 시큰둥하냐에 따라 월요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거든요. S&P500과 나스닥이 아시아 랠리에 동조하면 추세 전환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고, 반대라면 다시 숨 고르기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포와 환희 사이, 결국 남는 건 원칙뿐이었습니다

이번 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호르무즈가 공포를 만들었고 휴전이 환희를 만들었지만, 둘 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쓰겠습니다.

퇴사 후 제 돈으로 직접 투자를 시작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게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변동성 앞에서 멘탈을 지켜주는 건 전망이 아니라 원칙이라는 겁니다. 지난주 5,042를 찍을 때 "이 가격이면 사도 후회 없다"는 라인을 미리 정해뒀던 덕에 패닉에 빠지지 않았고, 이번 주 5% 급등을 보면서도 "추세 전환 확인 전까지 추격 매수는 안 한다"는 룰 덕에 조급함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애널리스트 3년 차 때 급등장에 뛰어들었다가 열흘 뒤 되돌림을 고스란히 맞았던 기억이, 이 원칙을 만들어준 셈이죠.

이 글은 순전히 한 주간의 시장을 돌아보며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고, 특정 종목이나 매매 타이밍을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호르무즈든 휴전이든, 결국 내 계좌의 방향은 내가 정하는 거라는 걸 이번 주 롤러코스터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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