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삼성전자 숫자를 보고 밥맛이 없어졌습니다
이번 주 시작은 꽤 우울했습니다. 월요일 오후에 증권앱을 열었더니 삼성전자가 201,000원을 찍고 있었거든요. 전일 대비 -2.43%. 현대차도 -2.45%, LG에너지솔루션은 -3.03%까지 밀리면서, 대형주 3인방이 나란히 무릎을 꿇은 날이었습니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이 동시에 빠지니 지수가 버틸 재간이 없었죠.
증권사 시절 삼성전자가 심리적 지지선을 깨는 날이면, 리서치센터 복도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곤 했습니다. 보고서를 쓰는 손은 조심스러워지고, 영업 쪽에서는 고객 전화가 쏟아지고. "지금 사도 되냐"는 질문에 애널리스트로서 뭐라 답해야 할지, 그 곤란함을 여러 번 겪어봤기에 월요일의 그 숫자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이 주의 묘미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화요일에 SK하이닉스가 4% 넘게 뛰더니, 금요일 마감에 삼성전자는 +2.59%를 기록하면서 코스피가 6,226까지 올라왔거든요. 월요일과 금요일이 같은 주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장의 체감 온도가 완전히 뒤집어진 한 주였습니다.
니케이 59,000이라는 숫자의 무게
이번 주 가장 눈이 갔던 건 사실 국내 시장이 아니라 일본이었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니케이225를 확인하는데 59,324가 떠 있었어요. 전일 대비 +2.05%. 5일 저가 56,232에서 3,000포인트 넘게 치고 올라온 흐름이라, 새로고침을 한 번 더 눌렀을 정도입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아침 글로벌 브리핑을 담당하던 시절, 니케이가 3만을 돌파했다고 뉴스가 도배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일본주만 파던 선배가 "일본 증시는 10년을 묵혀야 한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당시엔 귓등으로 들었거든요. 6만 턱밑까지 와 있는 지금, 그분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니케이 상승의 배경은 엔화 약세 장기화, 일본은행의 느린 금리 정상화, 그리고 미국계 자금의 '중국 대안' 매수세가 겹친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 돈이 아시아 전반에 들어오긴 하는데, 배분 순위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에요. 목요일 코스피가 +1.64%로 나쁘지 않았지만, 같은 날 니케이 +2.05%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동반 상승이되 주연은 일본"이라는 그림이 이번 주에도 반복된 셈이죠.
유가 급락이 쏘아올린 반등의 불씨
이번 주 시장 반전의 방아쇠는 수요일 새벽에 터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 재개 기대감에 WTI가 하루 만에 8%나 급락한 겁니다. 지난주 호르무즈 봉쇄 공포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유가 한 방에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죠.
에너지 섹터를 커버하던 시절이 또 떠오릅니다. 2019년 사우디 드론 공격 때 유가가 하루 15% 올랐다가 일주일 만에 원상복구됐는데, 그때 "지정학 리스크는 매수 기회"라는 리포트를 썼다가 선배한테 된통 깨진 적이 있습니다. 지정학 이벤트에 기반한 유가 변동은 실제 공급이 바뀌기 전까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거든요. 이번에도 협상이 실질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으면 되돌림이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유가 하락의 온기가 국내 주유소까지 내려오려면 2-3주는 걸립니다. 정유사가 이미 비싸게 확보해둔 재고를 소진해야 하니까요. 생활 물가 체감은 아직 먼 이야기라는 점, 기대를 너무 앞서 갖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환율과 연체율, 조용히 쌓이는 신호들
큰 흐름에 가려졌지만 이번 주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가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하나는 파운드/원 환율이 2,000원을 돌파한 것. 달러/원은 1,480원대에서 줄다리기 중인데, 파운드가 심리적 저항선을 뚫어버린 건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해외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환율이 수익률을 갉아먹는 구간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다른 하나는 금요일에 나온 은행 연체율 0.62%, 9개월 만의 최고치라는 뉴스입니다. 코스피가 6,226으로 잘 마감한 날 이 숫자가 걸린다는 건, 지수와 실물 사이에 온도 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특히 중소법인 쪽에서 균열이 먼저 보이는 패턴은, 과거에도 경기 둔화의 전조였던 적이 있습니다.
다음 주,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
첫째, 미·이란 2차 협상의 결과입니다.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이번 협상이 구체적 합의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기대감만 남기고 끝나느냐에 따라 유가와 증시의 방향이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기대감만으로 8% 빠진 유가가, 결렬 시 되돌리는 속도는 더 빠를 거라고 보고 있어요.
둘째, 삼성전자의 20만원대 안착 여부입니다. 이번 주 201,000원까지 밀렸다가 금요일에 반등했지만, 이게 추세적 회복인지 일시적 되돌림인지는 다음 주 거래량과 외국인 수급을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할 매수 계획을 세워둔 분이라면 다음 주가 꽤 중요한 관찰 구간이 되겠죠.
롤러코스터 위에서 안전벨트 대신 원칙을 매는 법
이번 주를 돌아보면 결국 한 가지 생각으로 수렴합니다. 월요일의 공포와 금요일의 안도 사이에서, 감정에 따라 움직인 사람과 자기 기준을 지킨 사람의 결과는 분명히 달랐을 거라는 점입니다.
퇴사하고 제 돈으로 투자를 시작한 뒤 가장 절실하게 체득한 게 있는데, 시장은 매주 새로운 이유를 들고 나를 흔들지만, 그때마다 원칙을 다시 꺼내보는 습관만이 계좌를 지켜준다는 사실이에요. 애널리스트 4년 차 때 급등장에 뛰어들었다가 열흘 뒤 되돌림을 맞은 뒤로, 추격 매수 금지가 제 첫 번째 원칙이 됐고, 지금도 그 룰 덕에 조급함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 주간의 시장을 되짚으며 제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을 풀어놓은 것이지, 특정 종목이나 매매 시점을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시장을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고, 제 시각이 틀릴 때도 분명 있으니 참고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